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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학

파이코인 채굴 아니다!

by №℡ 2021. 5. 17.

파이코인

파이코인, 코인 좀 한다는 사람은 너도나도 어플을 깔고 번개 표시를 누르고 있다는 코인이다. 스탠퍼드 대학 출신의 연구진이 만들었다고 하는 이 코인은 물론 현재는 그 가치가 없지만 미래에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코인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벌써 전 세계에 1,700만 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이 코인이 정말로 상장하게 될까? 사기 코인은 아닐까?

 

파이코인은 채굴이 아니다

파이코인이 모바일 채굴로 인기를 얻으면서 1,7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채굴'은 일반적인 가상자산 채굴과 다르다.

이 코인의 채굴 방법은 간단하다. 채굴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후 24시간마다 한 번씩 버튼만 누르면 된다. 총발행량은 정해져 있지 않다. 1,000억 개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발행량이 점차 줄어드는 구조다.

그러나 파이코인 사용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다. 개발자들이 말하는 '모바일 채굴'은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채굴(Mining)'이 아니라 '화폐주조(Minting)'에 가깝다는 점이다.

채굴이란 블록체인의 분산 거래 기록에서 거래를 검증하는 노드(네트워크 관리자)가 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가상자산을 획득하는 것을 뜻한다. 채굴자가 곧 노드인 셈이다. 반면 '주조'는 말 그대로 코인 자체를 찍어내는 것이다.

 

만약 파이코인의 모바일 채굴이 가능하다면 현재 활성화된 코인의 1,700만 사용자들은 모두 노드여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들은 노드가 아니며, 파이코인을 주조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코인의 특성을 이용해 '버튼만 누르면 코인이 나온다'라고 소개하며 노드와 채굴에 대한 오해를 키우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물론 파이코인 측은 백서를 통해 '채굴'이라는 행위를 더 광범위하게 정의했다고 밝히며 "우리들의 코인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에서처럼 작업 증명 합의 알고리즘을 실행하는 것과 같은 전통적인 의미보다 채굴을 더 광범위하게 정의하며, 이용자가 새롭게 주조한 코인을 받는 것도 채굴로 간주한다"라고 설명하긴 하였지만 우리가 아는 채굴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명확하다.

 

실제로 현재 파이 어플에서 올라가고 있는 숫자는 내가 채굴한 코인 개수가 아니다. 일종의 교환 가능한 포인트와 같은 것이다. 이 포인트가 파이 메인 넷 등장 시에 몇 개당 1 파이코인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그때까지 포인트들이 기록된 수에 따라 임의로 조정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어지는 부분이다. 1,000 포인트당 1 파이 일수도 있고 유저가 많아지면 10,000 포인트당 1 파이 일수도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개발자 맘대로라는 것이다.


채굴은 맞지만 노드는 없다는 이야기는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말과 뭐가 다른 걸까?

 

파이코인의 노드는 누구인가?

모바일 채굴자들이 노드가 아니라면 누가 노드일까? 파이코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스텔라 컨센서스 프로토콜(SCP, Stellar Consensus Protocol)'이라는 합의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 코인이 SCP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SCP는 프라이빗 블록체인과 퍼블릭 블록체인의 중간에 있는 합의 알고리즘이다. 선택된 노드만 네트워크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리플(XRP)과 달리 누구나 노드에 참여할 수 있지만, 분기마다 신뢰받는 노드를 합의 주체로 구성하는 과정(쿼럼 슬라이싱)을 거친다.

이런 점에서는 PoW(작업 증명)나 PoS(지분 증명), DPoS(위임 지분 증명) 방식을 사용하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이오스 등과 차이가 있다. SCP는 리플을 기반으로 한 스텔라 루멘(XLM)이 개발한 프로토콜로 소액결제와 송금에 쓰이도록 개발됐다.

만약 파이코인의 노드가 되고 싶다면 웹사이트에서 따로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현재 파이코인 네트워크는 테스트 버전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정식 메인 넷이 출시된 이후에나 코인 노드로서의 활동이 가능해진다. 다만 SCP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다면 노드를 설치했다고 해서 누구나 노드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노드 운영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도 앞으로 발표하는 내용을 지켜봐야 알 수 있는 상태이다. 한마디로 현재 파이코인의 노드는 주체도 불분명하고 노드 관련 보상도 없으며 아직 어떻게 운영될지의 운영안도 안 나온 상태라는 것이다.

 

사기인가?

파이코인의 실체는 모호하다. 백서를 살펴보면 지분 증명 방식 기반의 SCP를 택해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돼 있지만 이외 채굴 방식, 의사결정 과정, 총 발행량 등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투자자들을 모으고 이익을 취한 뒤 잠적하는 ‘스캠’ 성 사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구조이다. 추천인 제도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수록 채굴 속도가 빨라지는 것 또한 전형적인 다단계 구조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이코인은 실제 가치보다는 입에 오르는 소문으로 가치가 형성된 사례"라며 "파이코인이 실제로 피해를 끼친 사례는 없지만 개인정보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혹자는 파이코인은 연락처 정도의 권한만 요구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노드도 없고 SCP 프로토콜로 포인트 인증만 하는 것인데 왜 연락처가 필요한 것이지 반대로 물어보고 싶다. 인스타나 페이스북도 연락처 하나만 가져가서 전 세계 친구들을 묶어주지 않는가?

추가적인 문제는 해당 코인의 사용자들이 이러한 내용을 알기 힘들다는 데 있다. 백서와 커뮤니티 내용의 번역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1,700만 회원 중에서 해당 코인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고 있는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가끔 올라오는 공지사항 내용을 봐도 설명하는 내용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

모바일 채굴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일반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재단이 직접 코인을 발행하고, ICO를 통해 투자를 받아 개발을 진행한다. 반면 파이코인은 왜 굳이 참여자들을 통해 화폐주조를 권하는 방식을 택했는지 알 수 없다. 또, 투자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메인 넷을 개발할 자금과 인력이 충분한지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이다.

앱스토어나 플레이스토어를 파이 생태계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기본적으로 서버의 유지비가 필요한데 그러한 자금을 ICO 도 없이 어떻게 수급받을 수 있을까? 개발자가 어마어마한 부자라면 투자금 없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이러한 추천인 방식의 홍보로 비슷하게 사용자들을 모았던 코인이 있었다. 옛날에 상폐된 블러드 코인이라는 스캠 코인의 방식과 완전히 유사하다. 블러드 코인은 스마트폰만으로 채굴할 수 있다는 점, 추천인이 많을수록 채굴 효율이 커지는 다단계 방식이라는 점 등 파이 코인과 매우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 상장된다며 각종 커뮤니티에 온갖 홍보 링크가 도배된 것마저도 동일하다.

물론 파이가 정말로 가치 있는 그 무엇이 된다면 이러한 걱정은 모두 쓸모없는 일이 될 것이다. 세상에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코인을 얻을 수 있으니 이러한 코인이 어디 있겠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마 믿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파이 어플의 번개를 클릭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무리 무에서 유를 얻는 코인 시장이라고 하지만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도 최소한의 전기세는 지불해야 코인을 얻을 수 있다. 파이코인은 정말 하루에 한 번 클릭만으로 그들이 홍보하는 만큼의 가치를 창출하게 될 수 있을까? 다른걸 다 떠나서 기본적으로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말이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면서 오늘도 번개를 하염없이 누르지만 씁쓸한 기분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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