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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

T-50 눈물의 T-X 프로그램

by №℡ 2021. 3. 10.

T-X 프로그램

미 공군의 고등훈련기 신규 도입 계획이며 현재 미 공군에서 사용 중인 T-38 고등훈련기의 사용기간이 무려 50년 가까이 되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한 계획이다. 

일단 사업 시작 기준으로 초기배치(IOC)는 2024 회계연도 4분기, 배치 완료는 2034년으로 정해져 있다. 

기체 350대 (정규 운용기 283대 + 예비기 67대) 와 지상훈련 시스템과 정비시설 등 부가 계약을 포함하여 총사업비 163억 달러 규모의 사업이지만 미래 수요를 감안하면 총 1,000대 정도가 요구되는 대형사업이다.

거기에 EU가 추진 중인 공군조종사 훈련 프로그램인 AEJPT(Advanced European Jet Pilot Training System)도 이 프로그램의 승자에 영향받을 확률이 높다.

이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특히 주목받았던 이유는 록히드 마틴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국 공군의 T-50을 기반으로 한 신규 기체 컨소시엄을 꾸려서 입찰에 나섰다는 것 때문이다. 

록히드 마틴 측은 이 사업에서는 훈련기인 T-50, TA-50이 아니라 경공격기인 FA-50을 베이스로 한 업그레이드 버전을 제안했다. 

미 공군의 RFI(제안요청서)에 제시된 목표성능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인데 지속적인 고기동 작전, 공중급유, 야간(night vision) 전 관련 체계 통합, 공중전 능력과 데이터 링크를 요구하였었다. 

그래서 이를 충족하기 위해 록히드 마틴은 FA-50을 기본 사양으로 제안하게 된 것이다.

T-50의 미국 판권은 록히드 마틴이 가지므로 주 계약자는 KAI가 아닌 록히드 마틴이 되게 된다.

만일 수주에 성공한다면 부품 하청은 KAI에서 맡고 주 생산과 조립은 미국 현지에서 할 예정이었다. 

다만 한국 정부와 KAI는 개발비를 상당수 부담하여 라이센스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고  부품 하청도 2015년 기준 KAI 매출의 34%가 부품 수출인 점을 고려하면 그 파급효과도 상당히 크다고 보이는 사업이었다.

미국 무기획득 관련법에 구입 가격의 최소 50%는 미국산 부품 등 미국 내의 부가가치를 가져야 하지만 T50A는 이를 여유 있게 넘어섰고 미국의 레퍼런스 제품 납품이라는 성과 자체로 위상이 높기 때문에 '미국이 쓰는 바로 그 훈련기!'라는 홍보 효과 때문이라도 수주가 이득이라는 주장이 더 우세하였었다. 

일단 난관이 많지만 성사시 단순 판매량도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었기에 사업 초기에는 KAI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까지 사업 수주 전면에 나서기도 했다.

록히드 마틴과 KAI 컨소시엄 외에 참가한 집단은 보잉과 사브 컨소시엄, 노스롭 그루먼 와 영국 BAE 컨소시엄, 이탈리아 알레니아 아에르마키, 시에라 네바다 코퍼레이션과 터키 TAI의 컨소시엄 등 모두 4개이었다.

 

최종 후보

노스롭이 철수하고 T-100컨소시움이 해체된 2017년 2월을 기점으로 T-X 프로그램은 "록히드 마틴-KAI VS 보잉-사브"의 2파전으로 압축되었다.

양사의 홍보전략은 보잉사브는 T-50의 원형이 2000년대 초에 개발되었음을 들어 "Obsolescence!(구닥다리)"라고 비방하였고 록히드 마틴은 보잉-사브가 신규 개발 기임을 들어 "Risk!"를 강조하였다.

 

미공군의 입찰 요구서는 초기인수시험(IOE&T)에 양산 대표 형상 (production representative configuration)을 납품하라고 명시한다.

록히드 마틴은 여러 언론사의 항공이나 무기 관련 기자들을 초청하여 T-50A 시승 행사를 하며 홍보를 하였다. 

민간인 기자들을 태울만큼 이미 완성된 기종임을 과시하는 것. 앞으로 남은 시험과 개량은 공중급유 성능시험과 사출좌석 모델 결정, 좌석의 편의성 개량 등 사소한 부분만 남았다고 하였다.

 

록히드 마틴은 T-50A는 2022년 이전에 양산 배치가 가능하지만 보잉사브 기종은 2028년에야 가능할 것이고 비용도 기존 훈련기의 유지 등에 10억 달러 이상의 추가 비용이 들 거라고 주장하였다.

 

반면 보잉은 이미 2번째 기체가 생산 중이니 양산형 (production-ready) 이라고 주장했다.


보잉과 록히드 마틴의 치열한 경쟁으로 대당 입찰가가 18 million USD 이하로 낙찰되리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T-50A는 판매가 $25M 가량이므로 상당히 가격경쟁이 버겁게 느껴졌다.

 

록히드 마틴도 조립에 드는 인건비를 크게 절약할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KAI도 부품 공급가를 상당히 억제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사업 결과

결국 보잉-사브의 'BT-X'가 T-X 프로그램에서 사업 수주를 받는 데에 성공했다.

 

BT-X가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반값공세였다.

 

T-X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미 공군은 351대의 새 훈련기를 구매하려면 197억 달러 (약 21조 원)가 들 것이라고 예상했고 이에 맞추어 사업 규모를 편성했다.

 

이에 KAI-록히드마틴은 3~4조 원을 낮춰 160억 달러 (약 18조 원)에 맞추어 조건을 제시했으나, 보잉-사브는 가격을 겨우 92억 달러(약 10조 원)로 절반에 가깝게 낮춰 제시하고, 훈련기 대수도 351대가 아닌 475대를 제공하고 120대의 지상훈련체계를 납품하는 내용의 초저가 입찰을 제시함으로써 승리하게 된다.

 

KAI-록히드마틴은 현실적으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저가 공세를 펼친 것으로 일부에서는 덤핑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록히드 마틴도 이런 가격으로는 도저히 만들어 팔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미 공군으로서는 신규 개발 기라는 약점이나 앞으로 예상되는 실전배치까지의 여러 난관이나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의 절반 가격이라는 유혹을 물리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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