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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

은하수 중심에 거대 블랙홀이 있다?

by №℡ 2020. 10. 15.

1970년대까지는 블랙홀이라면 별의 시체로서 생긴 블랙홀을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블랙홀이 널리 알려져 있다.

거의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 존재하는 '거대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s)'이 바로 그것이다.

잠깐 은하란 어떤 천체인지 짚고 넘어가자. 은하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다.

우주를 생명체로 비유하자면 은하는 세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지구가 속한 태양계를 품고 있는 우리은하 밖에 또 다른 은하(외부은하)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때는 1920년대에 불과하다.

은하는 모양에 따라 타원은하, 나선은하, 불규칙은하로 나뉜다.

대부분 은하의 질량은 태양 질량의 수십억-수조 배에 이른다.

은하는 지구나 목성 같은 행성, 태양 같은 별, 별무리인 성단, 우주에 있는 가스와 먼지로 구성된 성운 등으로 이루어진다.

먼지 원반의 가운데에는 태양보다 12억 배 무거운 거대 블랙홀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은하 가운데 일부의 중심에 태양 질량의 수백만-수천 억 배에 해당하는 거대 블랙홀이 존재할지 모른다는 제안이 1974년 영국의 천문학자 마틴 리스(Martin Rees)에 의해 제기됐다.

보통은하보다 굉장히 밝은 활동은하(active galaxy)를 염두에 둔 제안이었다.

활동은하는 전파에서 감마선까지 모든 파장의 빛을 방출하고 양극 방향으로 대전입자를 제트 형태로 강력하게 뿜어내며 수백억 개의 태양에 해당하는 밝기를 쏟아내는데, 이럴 만한 원천이 바로 거대 블랙홀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겉보기에 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알고 보면 활동은하인 퀘이사(quasar)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퀘이사는 강력한 전파를 내는 반면, 가시광선으로 보면 보통 별과 구별되지 않는다.

퀘이사란 이름도 준항성체(quasi-stellar object)의 준말이다.

1963년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마 천문대의 마틴 슈미트(Martin Schmidt)라는 천문학자가 3C273이라는 퀘이사를 관측해 거리를 알아냈다.

놀랍게도 이 천체는 지구에서 6억 광년만큼이나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퀘이사는 엄청난 에너지를 내놓고 있다는 뜻이다.

그 뒤로도 많은 퀘이사가 발견되었지만 의문점이 있었다. 퀘이사는 굉장히 먼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통은하보다 100배 이상 밝게 빛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막대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역시 퀘이사의 밝기를 설명하는 원천도 거대 블랙홀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퀘이사는 활동은하의 핵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후에는 활동은하나 퀘이사뿐만 아니라 보통은하도 중심에 거대 블랙홀을 가진다는 인식이 보편화되었다.

매우 작은 지역에 거대한 질량이 집중된 것으로 확인되고 그 질량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곳에 블랙홀이 있다는 추정은 올바른 것이다.

은하의 중심도 블랙홀이 있을 만한 훌륭한 후보지다.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곳에 얼마나 많은 질량이 있느냐를 측정하는 것이다.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의 연감 Annual Reviews of Astronomy and Astrophysics』 1995년판에는 8개의 은하들이 그 중심에 무겁고 검은 천체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고 소개되어 있다.

이들 은하의 중심 질량은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에서 수십억 배에 달한다.

이 같은 질량은 은하 중심 둘레를 도는 별들과 가스의 속도를 관측함으로써 측정된 것이다.

공전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별들과 가스를 그들의 궤도에 묶어두는 데 필요한 중력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은하 중심에 있는 무겁고 검은 천체가 왜 블랙홀로 간주되는 것일까? 적어도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는 이 천체를 다른 것으로 생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즉, 별들이나 별무리들로 간주되기에는 너무 밀집되고 어둡다는 얘기다.

둘째는 활동은하나 퀘이사로 알려진 수수께끼 천체를 설명하는 가장 유망한 이론이 이들 중심에 거대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이 이론이 맞는다면 현재 활동은하이거나, 과거에 활동은하였지만 지금은 보통은하인 대다수의 은하들은 중심에 거대 블랙홀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물론 이 두 가지 주장이 완전한 증거는 아니다.

실제로 은하 중심에 거대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발견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까운 활동은하의 중심핵 근처에 있는 가스의 속도 분포를 매우 정밀하게 관측한 결과다. 관측 결과, 이 은하의 중심에 있는 무거운 천체의 반지름이 0.5광년이 채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렇게 좁은 공간에 그렇게 무거운 질량이 집중될 수 있는 존재는 블랙홀이 아니면 상상하기 힘들다.

이것은 1995년 1월 12일자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 Nature」에 실린 결과다.

두 번째 발견은 훨씬 더 주목할 만한 증거를 제공한다.

X선 천문학자들이 한 은하핵에서 스펙트럼 선을 관측했는데, 은하핵 근처에 있는 원자들이 광속의 거의 3분의 1이라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 원자들에서 나오는 빛은 블랙홀의 사건 지평선에서 나오는 빛에서 예상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적색이동(redshift)을 했다(블랙홀처럼 중력이 매우 강한 곳에서는 빛이 에너지를 잃어 원래보다 적색 쪽으로 옮겨가는 적색이동 현상이 나타난다).

이 관측 결과는 블랙홀을 제외한 다른 방법으로 설명하기 매우 힘든 것이다. 만일 관측 결과가 확증된다면, 일부 은하들이 중심에 거대 블랙홀을 간직하고 있다는 가설은 꽤 확실한 얘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1995년 6월 22일자 「네이처」에 실린 연구 결과다.

1994년에는 미항공우주국(NASA)의 허블 우주망원경이 M87이라는 은하의 중심에 거대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하기도 했다.

이 블랙홀의 경우 질량이 20-30억 개 별의 질량에 해당하지만, 그 크기는 태양계 크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가시광선과 전파로 거대한 은하들의 중심을 관측한 결과, 중심을 도는 별들과 가스 구름의 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공전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사실은 굉장히 무거운 어떤 존재가 별들을 가속시키는 강력한 중력장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뜻한다.

별들은 만일 중심에 굉장히 무겁고 작은 천체가 없다면 날아가 버릴 정도로 그렇게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X선 관측은 많은 은하들 중심에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암시한다. 아마도 이 에너지는 주변 물질이 은하 중심의 블랙홀로 유입되면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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