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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과학

탐사선을 달에 보내는 절차

by №℡ 2020. 8. 28.

발 앞에 높인 여러 개의 낚싯바늘에 지렁이를 물리면 낚시를 위한 준비는 끝이 난다. 이제 남은 절차는 낚싯대를 조심히 들어 낚시 추와 바늘이 지면 위로 오도록 한 뒤 낚싯대를 잡은 손목을 머리 뒤로 넘겨 낚시 추와 바늘을 보내고자 하는 방향의 뒤통수 너머로 이동시키고, 먼 물길을 응시한 채 팔을 뻗으면서 동시에 약간의 손목의 스냅을 주면 낚싯바늘은 추와 함께 내 머리 위를 지나 응시한 곳까지 날아가게 된다.

실제로 낚시를 해본 사람이라면 낚싯대를 휘두르는 동작이 이러한 장황한 설명에 비해 단순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리고 낚싯대를 휘두르는 동작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낚싯대를 앞으로 던지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내가 잡고자 하는 물고기가 모였으리라 판단되는 지점에 낚싯바늘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낚싯대를 앞으로 던질 때 추의 무게를 고려하여 적절하게 던져야 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달 탐사선을 달에 보내기 위한 절차는 낚싯대를 휘두르는 동작과 매우 유사하다. 특히 낚싯대를 앞으로 던지는 것과 같이 지구 저궤도에 놓인 탐사선을 달이 위치한 거리까지 보내주는 달 전이 투입(TLI, Trans Lunar Injection) 기동은 탐사선 임무의 성패를 좌우한다.

탐사선을 달에 보내기 위한 절차

지난 기고를 통하여 설명된 발사장의 요건을 정리하면, 달 궤도선을 매일 달에 보내기 위한 발사장의 위도는 28°보다 높아야 한다. 그리고 발사체 경로상의 안전 문제, 발사체 성능 그리고 관측 요구 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발사 방위각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고려하여 탐사선을 발사 및 지구 대기 궤도에 투입하면, 탐사선을 달에 보내기 위한 지점까지 당분간 비행을 하게 된다. 대기 궤도란 지구에서 발사된 탐사선이 임시로 놓이게 되는 궤도를 의미하며, 이 궤도에 투입된 달 탐사선은 달에 가기 위한 최적의 위치인 대척점(Antipode)까지 비행한다. 대척점은 아래 그림에 묘사된 바와 같이 달과 지구를 이은 선이 지구 중심을 지나 뒤편으로 이어지는 지점으로, 이 지점에서 달 전이 투입(TLI) 기동을 수행하면 달에 가기 위한 연료를 최소화할 수 있다.

낚시의 원리를 달 탐사선 발사와 비교하여 설명해보자. 낚싯대를 들어 낚시 추와 바늘이 지면 위로 오도록(발사) 한 뒤 낚싯대를 잡은 손목을 머리 뒤로(낚싯대는 수평으로 회전 시켜) 넘겨 낚시 추와 바늘을 보내고자 하는 방향의 뒤통수 너머로 이동시키고(지구 대기 궤도 비행), 먼 물길에 응시한 채 팔을 뻗으면서 동시에 약간의 손목의 스냅을 주면(달 전이 투입) 낚싯바늘은 추와 함께 내 머리 위를 지나 응시한 곳까지 날아가게 된다(달 탐사선은 지구를 둘러 달에 가게 된다).

탐사선을 달에 보내기 위한 지구-달 전이 궤적 Ⓒ https://history.nasa.gov/afj/launchwindow/lw1.html

대척점의 장주기 및 단주기 운동

만약 지구가 자전하지 않고, 달도 항시 같은 자리에 있다면 낚시의 원리와 탐사선을 달에 보내기 위한 절차는 거의 일치할 것이다. 하지만 지구는 하루에 한 번 자전하고, 달도 한 달에 한 번 공전함에 따라 탐사선을 달에 보내기 위한 최적의 위치인 대척점은 실시간으로 변하게 된다. 그동안 열심히 지구와 달의 환경, 발사 방위각 그리고 대기 궤도를 설명하고 공부했던 이유는 발사 시점과 방향을 잘 조절하여 탐사선을 대척점으로 보내기 위함이다.

대척점은 지구와 달의 회전 효과로 인하여 장주기 운동과 단주기 운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 장주기 운동은 달의 공전에 의해 발생하며, 이로 인해 대척점은 달의 공전주기 동안 28°의 남위와 북위를 오간다(시간당 0.54°).

대척점의 장주기 운동 Ⓒ https://history.nasa.gov/afj/launchwindow/lw1.html

단주기 운동은 지구의 자전에 의해 발생하며, 이로 인해 대척점은 동쪽에서 서쪽으로(경도 방향으로) 시간당 15° 이동한다

대척점의 단주기 운동 Ⓒ https://history.nasa.gov/afj/launchwindow/lw1.html

실제 대척점의 움직임은 장·단주기 운동이 결합한 형태로 나타나며, 발사는 해당 궤적이 달의 궤도 평면을 따라 이동하는 대척점과 만나는 경우에만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아래의 그림에 묘사된 바와 같이 탐사선이 T1 시점에 72°의 발사 방위각으로 발사 후 지구 대기 궤도에 투입되면(빨간색 궤적), 탐사선은 해당 궤도를 따라 비행하여 달의 궤도 평면과 만나게 된다. 만약 이 시점(T1 + t1)에 대척점이 위치하면 달 전이 투입 기동을 수행하여 탐사선을 최적의 조건으로 달에 보낼 수 있다. 하지만 발사 시점(T1)과 발사 후 달의 궤도 평면과 만나는 시간(t1)이 정확하지 않으면 이 시점(T1 + t1)에 대척점이 위치하지 않는다.

대척점의 단주기 운동 Ⓒ https://history.nasa.gov/afj/launchwindow/lw1.html

임무설계자는 탐사선을 대척점이 위치한 곳까지 보내기 위한 발사 시점(T1)과 발사 후 대척점까지의 시간(t1)을 정확하게 계산해야 하며, 바로 이 시점(T1 + t1)이 달 전이 투입 기동을 해야 하는 시점, 즉 하늘문이 열리는 시점이 된다. 지난 기고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하늘문이 열리는 기간(일별 발사창)은 발사 방위각을 72°에서 108°까지 확장하면 최대 4.5시간까지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탐사선을 108°의 발사 방위각으로 발사하면(노란색 궤적), 72°의 발사 방위각으로 발사한 경우보다 발사 시각이 4.5시간 늦어지므로 발사 시 지구에 고정된 발사장의 위치가 다소 회전할 뿐만 아니라 발사 이후 대척점까지의 궤적도 짧아짐을 알 수 있다. 하

지만 어느 발사 방위각을 이용하더라도 탐사선을 달의 궤도 평면에서 이동하는 대척점과 만나게 해주면, 팔을 뻗어 낚시 추와 바늘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는 것과 같이 달 전이 투입 기동을 이용하여 탐사선을 달이 위치한 곳으로 보낼 수 있다.

달 전이 투입 기동

달 전이 투입 기동은 매우 큰 힘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고도가 300km인 대기 궤도는 여전히 지구의 중력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550kg 급 탐사선을 달에 보내기 위한 연구에 따르면, 달 전이 투입을 위한 고체 모터(발사체 상단)의 질량은 약 2톤 정도이다. 즉, 탐사선 질량의 약 4배에 해당하는 고체 모터가 필요할 정도로 큰 힘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실제 달의 고도는 달의 공전주기 동안 35만 8000 ∼ 40만 6000 km로 변화하기 때문에 달 전이 투입 기동을 수행하는 시점의 달의 고도에 맞추어 약간의 힘 조절은 필요하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이 기동을 수행하는 동안 자세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체 모터를 이용하여 달 전이 투입 기동을 수행할 경우 보통 1분 이상 엔진을 점화하는데 이 기간에 자세가 변하게 된다면 올바르지 않은 방향으로 탐사선이 날아갈 수 있다.

발사 시점과 달의 궤도 평면에 이르는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하여 대척점에서 달 전이 투입 기동을 수행하면, 달 탐사선은 안전하게 달을 향해 날아간다. 직접 전이 궤적의 경우 약 4∼6일이 지나면 탐사선은 달에 도달하게 된다. 다만 이 기간 동안 탐사선의 상태를 지속해서 확인하여 문제가 없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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