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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과학

수에즈 운하 일본 파산?

by №℡ 2021. 3. 30.

수에즈 운하 마비 사태 정리

◐ 3월 23일

에버 기븐호는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 항에서 출발하여 3월 3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로테르담으로 향하던 중 수에즈 운하의 입구에 위치한 수에즈 항구를 경유한 뒤 현지 시각으로 3월 23일 4시 17분에 수에즈 항구에서 출발하였으나 원인을 모르는 어떤 이유로 7시 40분에 수에즈 운하 남쪽 수로 중간 구간에서 좌초하였다.

 

◐ 3월 24일~25일

해운물류기업 GAC는 "진입하던 중 갑작스러운 강풍을 맞아 수로를 이탈했고, 북쪽으로 방향을 틀다가 좌초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집트군이 예인선과 굴착기로 끌어보러 시도했으나 전부 실패했다. 2021년 3월 25일에 예인해 보고자 시도하였으나 썰물 때문에 작업이 길어졌다. 바닷물이 최대 수위가 되는 28~29일은 되어야 예인작업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한다.

 

◐ 3월 26일

네덜란드의 '스미트 샐비지(Smit Salvage)'와 일본의 '닛폰 샐비지(Nippon Salvage)'를 구난업체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미 해군도 자문단을 파견해 구조 작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 3월 27일

3월 27일 이집트 수에즈 운하 관리청(SCA) 오사마 라비 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전날까지 준설선을 동원해 뱃머리가 박힌 운하 제방에서 모래와 흙 2만 ㎥ 가량을 퍼냈고 예인선 14대를 투입해 작업 중이라고 설명했다.또한 총톤수 22만 4천 톤에 달하는 배의 엄청난 무게를 줄이기 위해 평형수 9천 톤도 뺐다고 밝혔다. 좌초 원인에 대해서는 "강한 바람이 주요 원인은 아니며 기계 또는 사람의 실수가 사고의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 3월 28일
한국 시간으로 3월 28일, 예인선단이 좌초된 에버 기븐호를 2 인치(5 cm) 이동시키는 데 성공했다.

 

◐ 3월 29일

블룸버그 통신에서 현지시간으로 3월 29일 새벽, 선박을 부양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후 로이터 통신의 보도가 나왔는데 정상궤도에 다시 진입했고 엔진도 가동이 됐다고 한다.

 

3월 29일 오후 22시 '에버 기븐'호가 완전히 부양에 성공해서 운하 한가운데 있는 넓은 공간이 그레이트비터레이크로 이동 중이며 당국은 즉각 운하 통행을 재개했다고 밝히면서 수에즈 운하 마비 사태는 7일 만에 마무리되어가는 모습이다.

 

밀리면 죽는다! 배상 전쟁 삼국지

우선 기본적으로 1차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선주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이 맞기 때문에 에버 기븐호의 선주는 수에즈 운하 앞에서 발이 묶인 배들의 선주와 수에즈 운하(이집트 정부) 측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받을 것이다. 해당 선박은 일본 MS&AD와, UK P&I클럽에 해당 피해보상 선박 상품을 들었다고 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선박은 1억 ~ 1억 4천만 달러(1500억 원)에 해당하는 상품에 가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1억 달러짜리 정도로는 턱도 없다. 이미 피해액 산정조차 엄두가 안 날 만큼 규모가 어마어마할 것이 너무나 뻔하다. 당장 운하 영업중지로 생긴 피해보상만 따져도(=다른 선박들의 운하 통행료) 척당 수억 원이 넘는 데다, 다른 선박들의 항해가 지연된 보상 등을 더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단순히 수에즈 운하 측의 통행료 손실만 해도 하루에 약 1500만 달러 정도이므로 이미 1억 달러는 넘은 상태다. 그런 데다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선원들에게 있는지, 아니면 배 자체에 있는지에 따라서 책임 여부도 달라질 전망이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수에즈 운하 마비라는 희대의 사건에는 3개의 국가가 관여되어 있는데 그 관계 또한 참 재미있다.

 

1) 대만

우선 에버 기븐 호에 에버그린이라고 쓰여있듯이 해당 배는 대만 소속의 해운사인 에버그린이 운용하는 대형 컨테이너선이다 다만 본인들의 해당 배의 직접 주인은 아니고 장기 대여하여 사용하는 용선사 개념으로 에버 기븐호를 이용하고 있다.


해당 사건을 두고 대만 측과 에버그린은 재빠르게 반응하였는데 대만 공상시보에 따르면 이 사고로 운하를 이용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액은 단순 계산으로 시간당 4억 달러, 하루에 96억 달러(약 10조 원)에 이른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 대만 에버그린 해운의 장옌이 회장은 대만 교통부에 조작 오류 및 불가항력의 이유로 선박에 손해를 준 것이라면 책임은 선주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문서를 제출하면서 재빠른 손절을 시도한 상황이다. 또한 24일 자의 회사 공식 성명문에서도 선주 측이 대응하라고 요구했다.

 

2) 일본

해당 배의 선주는 제조사 이마바리 조선의 자회사인 일본 쇼에이 기선이다. 간단히 말해서 일본 이마바리 조선에서 만든 배를 자회사를 통해 대만의 에버그린에 빌려준 것으로 보인다. 이때 운용 계약을 어떻게 했는지까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도선사 입회 한 상태로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되었는데도 에버그린이 선주측 잘못이라고 선을 그은걸로 봐서는 선장도 선주쪽 소속일 가능성이 높다.

 

이마바리 조선은 2020년 일본의 1위와 2위 조선 업체가 합병해서 탄생한 세계 3대 규모의 대형 조선소이다. 일본의 국가 기업은 아니지만 일본의 조선업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도 해당 회사가 그냥 당하는 것을 볼 수는 없는 입장이다. 때문에 선박의 인양이 완료되고 나면 일본 정부에서도 본격적으로 반박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직 까지는 본인들이 만들고 운용하던 배가 좌초된 것이라서 일본 입장에서는 대만이나 이집트의 행태에 열이 받았겠지만 꾹 참고 입 다물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3) 이집트

수에즈 운하 당국인 이집트는 사고가 난 후 4일 뒤에 "사고 원인은 바람이 아니며, 사람의 실수이거나 기계적 결함일 수 있다."라고 발표하며 해당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두고 천문학적 수준의 피해 배상 공방이 터지기 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운하 측면이 토사가 많이 쌓여서 배가 좌초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사전에 해당 원인을 차단해 버린 것이다.

 

또한 바람의 영향으로 인한 자연재해로 발생 된 사고라면 이집트 당국도 이로인한 피해보상을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 위와 같이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가능성도 있다.

 

4) 요약 정리

대만 : 배를 관리 못한 일본 잘못이다.

일본 : 자연재해다. 운하를 관리 못한 이집트 잘못이다.

이집트 : 사람의 잘못이거나 기계의 잘못이다. 자연재해 아니다.

 

마치며

수에즈 운하가 1869년 개통한 이래로 150년 역사 동안 선박 단 한 척 때문에 운하가 완전히 틀어 막힌 경우는 이 사건이 최초라고 한다. 해운산업이 발전하여 컨테이너선은 나날이 거대해졌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선박 한 척에 컨테이너를 많이 실을수록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이익이 커진다.

 

수에즈 운하는 갑문 방식인 파나마 운하에 비해 규격이 여유로웠다. 하지만 선박이 대형화되고 화물을 많이 실을수록 흘수선이 높아지기 때문에 살짝만 틀어지더라도 그대로 운하를 막아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이렇게 막힌 배를 치우기 위해 해야 할 작업은 선박의 무게와 부피에 비례하여 어려워진다.

해운업계부터 원자재 산업까지 이번 사고로 악영향을 받은 이들이 각자 가입한 회사에 손실 보상을 청구하고, 이들 회사들은 피해 보상금 지급 이후 해당 손해액에 대해 에버 기븐호 선주에 구상을 요구하는 순서로 배상 문제가 진행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 에버 기븐호의 선주가 들어있는 보상 상품이 겨우 1억 달러 상당이기 때문에 나머지는 선주가 되었던 다른 이가 되었던 막대한 피해보상금을 물어내야 할 상황이다. 사고의 규모가 큰만큼 천문학적인 피해금액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로 대만의 에버그린, 일본의 이마바리 조선, 이집트 당국, 이 셋 중에 한 군데가 지목을 받게 된다면 누가 되었던지간에 금액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에즈 운하 마비 사태는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정한 사태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거대한 배상 전쟁의 삼국지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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