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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과학

HMM 비밀병기

by №℡ 2021. 3. 23.

HMM의 비밀병기 누리호

HMM은 1만 6,000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 1호선 'HMM Nuri(에이치엠엠 누리)호'가 국내 화물을 싣고 22일 저녁 부산항에서 첫 출항하였다고 밝혔다. '누리호'는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건조된 선박으로 2018년 9월 현대중공업과 계약한 8척의 1만 6,000 TEU급 선박 중 처음으로 인도된 컨테이너선이다.

국내 화물을 적기에 운송 지원하기 위해 1호선 'HMM Nuri(에이치엠엠 누리)호'와 2호선 'HMM Gaon(에이치엠엠 가온)호' 등 2척이 당초 예정보다 한 달 빠른 이달에 조기 투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선박명 'Nuri(누리)'는 '온 세상에 뜻을 펼치다'라는 순우리말로 임직원 대상 공모전을 통해 선정했으며, 1만 6,000 TEU급 8척 모두 쉽게 발음할 수 있고 아름다운 순우리말 한글로 지어져, 대한민국 홍보대사의 역할도 담당하게 된다.

'누리호'는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멤버사들과 함께 공동운항을 하고 있는 북구주 항로 FE4(Far East Europe 4)에 우선 투입된다고 한다. 기항지는 부산에서 싱가포르, 함부르크, 홍콩, 상하이 등을 거쳐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는 코스라고 한다.

'누리호'가 FE4(Far East Europe 4) 노선을 1회 왕복할 경우 약 84일 동안 운항을 하게 된다. 운항 거리는 지구 한 바퀴 거리를 조금 웃도는 약 4만 2,000㎞로 연간 약 4회를 왕복할 수 있다고 한다.

선박의 길이는 366m, 폭 51m, 높이 30m이며, 승무원은 22명으로 기존에 운영되던 4,000~5,000 TEU급 선박 승무원 수와 동일하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경쟁력과 최고의 연비 효율성을 갖춰 원가경쟁력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황산화물 배출가스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를 장착해 국제 환경규제에도 대비한 친환경 선박이다.

 

아무리 가성비가 좋고 최신의 선박이라지만 여기까지만 보면 세계 최대 크기도 아닌 '누리호'가 크게 특이할 게 없어 보이는 데 필자는 왜 '누리호'가 HMM의 비밀 병기라고 하였던 걸까?

 

'누리호'의 진짜 무기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선은 2020년 HMM이 인도받은 '알헤시라스'호이다. 규모는 무려 2만 4,000 TEU급으로 누리호 보다도 50% 큰 규모이다. 컨테이너선은 규모의 경제학이 지배하는 시장이다. 많은 유류비와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한 번에 최대한 많이 운반할 수 있다면 그만큼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HMM 은 이렇게 큰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놔두고 왜 1만 6,000 TEU급 선박을 8척이나 수주를 하였을까?

그 이유는 파나마 운하를 운행할 수 있는 최대 크기가 바로 1만 6,000 TEU급 선박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HMM은 동급의 컨테이너선을 8척이나 수주를 하여 최대한 빠르게 항로에 투입한 것이다.

 

파나마 운하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자. 파나마 운하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통로 역할을 맡고 있다. 위아래로 길쭉한 아메리카 대륙을 빙 돌아가야 하는 화물선의 운항시간 단축에 큰 획을 그은 운하이다.

 

파나마 운하는 1914년에 완공되었는데 원래는 바닷길이 연결되어 있는 지형이 아니었다. 즉, 80Km 정도 되는 지형을 땅을 파서 물을 채워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운하인 것이다. 현재야 이 정도 거리야 중장비를 이용해서 만들면 시간은 좀 걸려도 그리 어렵지는 않을 토목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거의 사람이 삽으로 땅을 파는 게 전부인 시절이었기 때문에 파나마 운하를 만드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1880년도부터 최초 작업이 시작되었는데 무려 34년이라는 운하 공사 기간이 필요했을 만큼 난공사였던 파나마 운하였다. 아마도 파나마 운하 지형이 해수면보다 높았던 것이 주요 원인이었을 것이다.

아무튼 파나마 운하의 높이는 해수면보다 수십 미터 높다. 때문에 선박들은 도크에 들어온 뒤 물을 채워 더 높은 위치의 도크로 올라가게 되고 운하 중간에 위치한 가툰 호수를 거쳐 다시 도크로 들어가 물을 빼 내려가며 계단식으로 운하를 통과하여 바다로 들어가게 된다. 마치 선박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움직이는 것처럼 운하를 통과하게 된다.

 

이러한 이동 방식의 최대 단점은 시간인데 운하를 통과하는 시간만 8시간, 대기시간까지 합치면 24~30시간가량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도 남아메리카를 돌아가는 것에 비하면 2주 가까이 시간이 단축되기 때문에 파나마 운하의 인기는 완공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식을 줄을 몰랐다.

이동 통로로의 인기로 인해서 파나마 운하는 파나 맥스, 네오 파나 맥스 같은 도크를 확장한 추가 통로를 확장 개통하였는데 지형적인 특이사항 때문에 무한정으로 크게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2016년 확장 개통된 네오 파나 맥스의 최대 선박 규격이 이번에 HMM 이 인도받은 1만 6,000 TEU급과 같은 사이즈인 것이다.

 

마치며

추후에 1만 6,000 TEU급 첫 번째 선박인 '누리호'를 필두로 나머지 7척의 선박들은 북미 물류 운송에 집중적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전체적인 운송 물량이 늘어나 규모가 큰 컨테이너선들이 먼저 시장에서 소비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결국에는 북미 쪽의 물류를 운송하려면 '누리호'와 같은 선박을 먼저 보유하고 있는 해운사가 또다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대형 선박이라는 것이 인도를 받기 위해서는 몇 년이 걸리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HMM은 이러한 측면까지 경쟁 해운사들보다 몇 년을 먼저 파악하고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8척의 컨테이너선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국의 해운업을 이끌고 갈 자랑스러운 비밀병기로 오대양을 누비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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